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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로심포니 탐방

12월 19일 다시금 한파가 몰아치던 지난 토요일 WT가 교대 근처의 한 연습실에서 팔로심포니를 만났다. 그날은 팔로심포니 밴드의 연습이 있던 날이었다. 지하에 자리한 서너평 남직한 연습실로 들어서자 이미 도착해 있던 팔로심포니 단원과 촬영팀이 우리를 반겨주었다.

취재 : 김유미, 오수연, 이정민, 이주이, 지영아
팔로심포니 인터뷰 정리 : 지영아(webzine@taijimania.org)
나도 한마디 정리 : 이주이(webzine@taijimania.org)

소리를 섞고 싶었어요

연습실 풍경- 좁아서 송구해요

연습실 안에는 기타, 베이스, 드럼, 건반이 세팅되어 있었고 악기와 엠프가 연결된 전기선들이 연습실 바닥에 미로처럼 얽히고 설켜있는 것을 보니 이들이 밴드라는 것이 실감났다. 연습실이 매우 협소해서 취재를 하러 간 WT 5명은 서 있는 공간을 차지하는 것이 미안할 정도였다. 연습을 위해 차례 차례 연습실 안으로 들어서는 밴드멤버들과 인터뷰에 응하기 위해 그날 연습이 없는데도 나와준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도착할 때마다 WT는 서 있는 부피감이 송구해 부지런히 복도를 들락거렸다.

취재를 하러 온 우리 앞에서 쑥스러운 미소를 짓던 그들이 각자가 맡은 악기 앞에서 자리잡고 말없이 눈빛을 교환했다. 정적이 흐르고 자신의 악기에 그들이 시선을 꽂는다. 일순간 앰프를 강타하는 굉장한 전기음이 좁은 연습실 안을 채웠다. 방해되지 않으려고 조심조심 사진을 찍고 풍경을 관찰하는 WT에게 기타를 치는 단원이 겸연쩍어 하며 오늘따라 실수가 잦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거기에 WT가 시크하게 대꾸했다. '괜찮아요, 저희는 봐도 몰라요. 기타 잡고 키보드 치시고 드럼 앞에 앉아 계신 것만 봐도 저희는 뭔가 있어 보인다 하는 사람들인걸요(웃음)'

애초 연습실에서 인터뷰를 하려고 했지만 장소가 매우 협소해서 WT와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근처 까페로 옮겨 인터뷰를 시작했다. 밴드들은 연습때문에 나중에 인터뷰에 참가하기로 하고 연습실에 남아서 대여시간동안(밴드들은 시간당 만원정도의 비용을 들여 연습실을 대여해서 연주 연습을 한다) 연습을 했다.

심포니 신생들이에요 -오케스트라 단원들

정기륭(해돋이, 29)은 WT의 뜨거운 환대를 받았다. 서태지의 곡들을 피아노로 연주해서 게시판에 올리는 등 당시 태지매니아 사이트를 이용하던 유저들 사이에 널리 알려진 인물이었기 때문이었다. (이쯤에서 기자 역시 정기륭씨를 보는 순간 마치 유명 연예인을 보는 기분이었음을 고백한다.) 우리의 뜨거운 환대에 양복을 말끔하게 차려입고 나온 그는 매우 쑥스러워 했다. 팔로심포니를 하게 된 이유를 물으니 원래부터 해보고 싶었던 일이었으며 거슬러 올라가면 2000년부터 하고 싶었던 것인데 마침 팔로심포니라는 계기를 만나게 되어 그 소망을 이루게 된 셈이라고 했다.

이수연(1st 바이올린, 29)은 팔로심포니를 하면서 어려웠던 점을 묻자 각자 자신의 일을 하면서 병행하는 일인지라 서로의 시간을 맞추기가 힘들다는 점을 꼽았다. 가장 보람되었던 순간을 묻자 그녀는 사람들 앞에 공개된 팔로심포니의 첫 결과물 10월 4일이 공개되던 날을 언급하며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오빠가 이래서 음악을 하는구나. 조금 이해할 수 있었다고 할까요.'라며 그날의 감회를 우리에게 전해주었다. 그녀는 또한 '사실 그렇게 얼굴 인증하고 싶냐는 힐난도 받았죠. 그렇지만 계타고 싶었으면 그냥 한번 얼굴 비춰서 영상에만 찍히고 말았지 이렇게 주말마다 고생할 필요는 없었겠죠'하며 그간의 마음 고생이 담긴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이수연씨의 친구가 클래식 전공자라는 말에 WT가 심포니와 관련한 클래식 전문가의 의견을 주문하자 그녀가 주변인들의 반응을 전해주었다. '주위 클래식 하는 친구들이 서태지 심포니를 보고 너무 오케스트라 비중이 적어서 아쉬웠다고 했었어요. 같은 맥락에서 팔로심포니도 클래식과 밴드의 비중을 조율하는 것이 사실 굉장히 어려운 문제인데 저희는 비교적 잘해내가고 있지 않나 스스로는 평가하고 있죠. 밴드 쪽에서 mps 무대에 서는데 너무 밴드 소리만 나와버리지 않을까, 오케스트라 소리가 묻히진 않을까, 음향이 어떻게 나올지 몰라서 걱정들을 하죠. 여기서 잠깐 홍보 밴드 단독 무대도 있으니 매니아 여러분들 mps에 많이 와주세요.(웃음)'

김유나(플룻, 21)와 김예림(플룻, 15)양은 모두 지난 해 방영된 심포니를 통해 팬이 된 신생들이다. 역시 공중파의 위력이란.. 하고 감탄을 하는 WT에게 두 사람은 팔로심포니의 감독인 조진주씨 역시 심포니를 통해 팬이 된 경우이며 팔로심포니의 단원중에서 신생의 비중이 적지 않음을 귀뜸해주었다. 비교적 어린 나이에 속하는 이들은 중견가수 서태지를 좋아하는 것을 자신의 친구들과 공통분모로 가질 수 없는 것이 애로사항이라고 했다. 그러나 수줍은 표정 아래 심포니 단원으로서의 자부심과 포부를 밝히던 그들의 말이 분명하고 당찼던 것처럼 그래도 그들은 거침없고 당당했다. 자신이 팔로심포니의 단원인 것이 자랑스럽다는 예림양은 학교에서 등 뒤에 커다랗게 '서빠'라고 쓰인 체육복을 입고 다니는 당찬 소녀이다. '계타고 싶은 생각 같은 건 없었어요. 그저 소리를 섞고 싶었어요. 내 소리를 심포니 안에..' 어리지만 당차고 속깊은 그녀가 밝힌 충격적 에피소드 하나. 예림양이 늘 집에서 인터넷을 할 때면 서태지를 보곤 하니 어머니께서 어느날부터 서태지를 '사위'로 부르시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자지러지던 WT가 예림양에게 어머님의 연세를 묻자 예림양이 말간 표정으로 간략하게 답변했다. '42살이요.' 십이지 두바퀴를 가뿐히 커버하시는 서태지씨의 매력을 일컬어 우리 한 에디터가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정말 마성의 남자야..' 연습하는 과정에서의 에피소드를 들려달라고 하자 두 사람이 재미있었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오케스트라단 친구들은 연습하면서 오빠 브로마이드 붙여놓고 오빠가 본다고 생각하며 연습을 했거든요 그런데 그 와중에도 오빠 시선이 피아노 쪽만 보고 있어서 다들 질투를 했었죠. 오빠 브로마이드한테도 사무치게 질투하는 우리들인거죠.ㅎㅎ 오빠 사진 걸어놓고 연습할 때 오빠사진이 잘 보이는 파트는 소리가 좋고 잘 안 보이는 파트는 소리가 안 좋은 그런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었죠.'

띠동갑 밴드라니! -밴드 멤버들

오케스트라단원들과의 인터뷰가 한 시간 정도에 걸쳐 진행되고 나서 연습을 마친 밴드들이 카페에 도착했다.

이미 저녁 7시가 넘어서까지 연습을 하고 인터뷰 장소로 달려온 한창 때의 남자 밴드 멤버들은 오자마자 테이블 위에 놓여진 도넛을 보자 반색을 하고 먹기 시작했다. 도넛을 맛있게 먹던 밴드멤버들과 WT의 인터뷰가 다시 시작되었다.

옥창엽(기타, 27)과 이광석(드럼, 24)은 시종일관 넘치는 개그센스로 WT를 웃게 만들었다. 오케스트라 파트분들은 인터뷰 마치시고 식사하러 가셨는데 밴드분들도 인터뷰 마치시면 합류하실 건가요?라는 WT의 물음에 저희한테는 그런 말 안했는데요, 저희의 실체가 사실 이렇습니다. 사실은 오늘 WT를 통해 팔로심포니 해체를 선언하려고 했던 거예요 하며 너스레를 떨었다. 팔로심포니를 하며 아쉬웠던 점을 묻자 이광석씨는 드럼인 자신의 포지션상 눈에 잘 안 띄는 게 아쉬운 점이라고 했고 맘 같아선 레일 깔아놓고 무대 위를 이동하며 드럼을 치고 싶다고 해서 일동을 웃게 만들었다. 밴드 멤버 김민수군의 어린 나이에 놀라는 WT에게 옥창엽씨는 태연스레 귀뜸해주었다. "이거 하면서 또 재밌는 것 중의 하나가 서로서로 띠동갑들이 많다는 거예요. 내 생애 띠동갑이랑 같이 밴드하는 일이 생길 줄이야.(웃음)"

오케스트라파트의 히로인이 김예림양이었다면 밴드파트의 히어로는 바로 김민수(베이스, 17)군이었다. 김민수군은 바로 이전 인터뷰에서 김예림양이 앉았던 자리와 동일한 자리에 앉아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폭탄발언들을 쏟아놓았다. 기자가 신기했던 것은 느리지만 또박또박 할말을 다하던 김민수군의 표정은 거짓말처럼 미묘한 변화조차 없는 데 시종일관 새빨갛게 달아오르던 민수군의 귀였다. 팔로심포니 앨범에 들어갈 '너에게'의 나레이션을 맡게되었다는 민수군의 말에 한번만 해달라는 에디터의 간청이 있자 한참을 망설이던 민수군이 나레이션을 들려주었다. 엎어지고 뒤로 젖혀지며 숨넘어갈 듯이 웃는 에디터들 앞에서 끝까지 꿋꿋하게 나레이션을 해내던 민수군의 표정은 인상적이었다.

해보고 싶었던 마음 하나로 모여들었고 시간과 노력을 들여 아름다운 하모니를 만들어낸 팔로심포니단원들은 인터뷰 내내 즐겁고 유쾌했다. 팬덤에서 총대를 맨다는 것, 누군가의 앞에 나선다는 것에 수반되었을 많은 어려움들은 하고 싶었고 소리를 들려주고 싶었던 그들의 첫 시작마음으로 이겨낼 수 있었고 서로의 희생과 배려 앞에서 숙연해지고 감사해 하며 그들은 그들의 손으로 만들어낸 심포니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팔로심포니 단원들의 나도 한마디

이수연 이수연 (1st 바이올린, 29) "오래오래 함께 할 수 있기를"
바이올린은 초등학교 때부터 취미로 쭉 해오던 악기인데요, 악기를 연주하는 매니아들이라면 누구나 오빠의 곡을 연주해서 선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봤을 거예요. 늘 해왔던 거니까 하던대로 하면 되겠지라는 단순한 생각으로 팔로심포니를 시작했는데, 많은 인원이 의견을 맞추고, 음을 맞추는 일은 보통 일이 아니었어요. 개인적인 일들도 많아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제 인생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분들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나서 큰 행운이라 생각해요. 오래오래 함께 하기를 바랄 뿐입니다.
정기륭 / 해돋이 정기륭 / 해돋이(피아노, 29) "오랜 꿈이 실현되었어요."
8년전에 태매에 피아노음원을 만들어 올리기도 하고 그게 홈페이지 배경음악으로 쓰이기도 했던 적이 있는데 오늘 이렇게 팔로심포니를 통해 만나게 되니 감회가 무척 새롭네요. 예전부터 생각하고 꿈꾸던 일이 실현되어서 너무 기쁘고, 팬덤 최초로 기획되는 멋진 일이니 만큼 매니아들이 좋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개인적으로도 팔로심포니를 통해 많은 힘을 얻고 재미를 느끼고 있습니다.
김유나 김유나 (플룻, 21) "멋지고 신기한 팬덤에 함께할 수 있어 기뻐요."
저는 올해 7월 정규앨범 신생인데요, 처음에는 음팬으로 시작했다가 점점 서태지팬덤의 팬이 되었어요. 이렇게 멋지고 신기한 팬덤에 나도 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저의 미약한 재능으로나마 팔로심포니에 참여하게 되어서 너무 기뻐요. 저도 오빠에게 선물하고 싶다는 생각에 시작했는데 결국 또 하다보니 더 큰 선물을 받는 꼴이 되어버렸어요. 좋아하는 오빠 음악을 함께 연주하게 되고, 또 너무나 좋은 매니아분들을 만나게 되어서 큰 행운이라 생각합니다.
김예림 김예림 (플룻, 15) "제 마음이 담긴 소리를 섞고 싶었어요."
처음에 팬플룻으로 참가를 했는데 튜닝을 할 수 없는 악기라 다른 소리들과 안 어울려서 너무 섭섭했어요. 그러다 마침 플룻자리가 빈다는 소식에 냉큼 참가하게 되었어요. 너무 모자란 실력이지만 감금을 즐기며 열심히 연습하고 있어요. 저는 8집 신생인데 나이도 어려서 주변에 태지오빠 얘기를 나눌만한 사람이 없었어요. 그런데 이번 기회에 이렇게 좋은 언니 오빠들을 만나 태지오빠 얘기도 실컷할 수 있어서 좋아요. 무엇보다 소리를 같이 섞고 싶었어요. 제 마음을 소리를 통해 전달하고 싶었는데 잘 전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옥창엽 옥창엽 (기타, 27) "태지형 곡을 실컷 연주할 수 있어서 좋아요."
학교에서 밴드부를 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학교에서는 태지형 곡을 많이 연주하지 못해요. 그런데 이렇게 기회가 생겨서 태지형 곡도 실컷 연주하고, 팬덤문화에 함께 할 수 있어서 너무 좋습니다. 제가 팔로심포니에서 밴드 리더를 맡고 있는데 그동안 여러 난관도 많았지만 우리는 프로가 아닌 아마추어니까 새로운 시도를 한다는 자체에 의의를 두고 싶어요. 태지형이 잘 들어주었으면 좋겠고, 멤버들에게 고맙고 같이 해서 기쁘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이광석 이광석 (드럼, 24)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하나의 목적을 위해 맞춰가는 과정이 재밌어요."
앵콜 마지막 공연에 느즈막히 줄을 서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팔로심포니 홍보 피켓을 들고계신 분이 "거기 악기 잘하게 생기신 분~~" 이라며 저를 지목하시는 거예요. 그날로 팔로심포니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웃음)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하나의 목적을 위해 맞춰가는 과정이 굉장히 의미 있고 재미 있는 일이라 생각해요. 개인적으로 태지형 덕분에 드럼 연습도 계속하게 되었고, 늘 좋은 자극을 받고 있습니다. 좋은 음악 만들어주셔서 감사하고, 저희 선물도 잘 들어주셨으면 좋겠어요.
김민수 김민수 (베이스, 17) "태지형, 개콘보다 재미있는 너에게 나래이션 놓치지 마세요."
뫼비우스 앵콜 공연 때, 밖에서 뒹굴거리며 울트라매니아를 크게 듣고 있다가 어딘가에 끌려 갔는데 그게 팔로심포니에 참여하는 계기가 되었어요. 제가 베이스 외에도 너에게 나레이션을 맡았는데, 제 나레이션이 개콘보다 더 재밌으니까 태지형이 부디 중간에 끄지 말고 끝까지 들어주시길 바랍니다. 팀원 모두 다 고생을 많이 하고 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어요.
새벽™ (사진 촬영, 27) "내 인생 최고의 행운들"
그동안 매니아들 행사 있을 때마다 촬영지원을 많이 했었는데 이번 팔로심포니도 심포니 공고가 나기 전, 상투스 떼창 공지를 보고 참여하게 되었어요. 직접 연주에 참여하거나 하지는 않지만 멋진 매니아들의 모습을 전달할 수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저에겐 큰 기쁨입니다. 태지오빠와 매니아들은 '내 인생 최고의 행운들'이에요. 매니아분들 행사 있을 때마다 시간이 된다면 함께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김미진 (동영상 촬영, 28) "매니아들의 열정적인 현장을 전달할 수 있어 기뻐요."
사실 촬영팀에 대한 모집이 따로 없었는데 메이킹영상을 담았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이 들어 먼저 제의를 하고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영상팀은 저 혼자라 시간적인 부분에서 힘들기도 하지만 매니아들의 열정적인 현장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자체에 보람을 느껴요. 뒤에서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기쁘고 팔로심포니가 장기프로젝트인 만큼 모두 힘을 내서 오빠나 매니아들에게 좋은 선물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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